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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코로나 드물지만 확진자 접촉 요주의

PET_ 2020. 3. 13. 03:21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멀리할 필요는 없지만 코로나19 감염자라면 접촉을 자제하거나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사례”

홍콩당국은 지난달 코로나19검사에서 약한 양성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됐던 포메라니안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이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판정했다는 것이다. 반려견은 발열, 폐 질환 등 코로나19 증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사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반려견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다른 동물이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고 아직 반려견에게 증상이 나타난 사례도 없기 때문에 방역지침을 바꾸는 등의 조치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내 수의사를 중심으로 한 학술단체인 한국수의임상포럼도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가능성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의임상포럼은 검사상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설사 반려견에게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더라도 검체 채취과정에서 보호자에게서 배출된 게 단순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반려견에게서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실제 감염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도 사람에게서 반려견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유 교수는 “아직 알려진 사례는 한 건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국내 확진자의 수에 비하면 특별한 사례인 것 같다”고 밝혔다.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반려동물이 사스에 걸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김현수 원장도 “개나 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는 있지만,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며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개·고양이 등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염기서열이 다르다.

이러한 의견을 종합해 볼 때 평상시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반려인이 코로나19에 감염 상태라면 반려동물을 대할 때에도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인수공통전염병처럼 사람과 동물이 질병을 공유하기도 하므로 코로나19 감염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추가 정보가 나올 때까지 반려동물과 접촉을 제한할 것을 권유했다.

■기본 위생 수칙 지켜야

부득이하게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반려동물을 돌봐야 할 때는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 음식을 나눠 먹거나 입 맞추는 행위를 하지 말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반려동물을 만진 후에는 손을 잘 씻어야 한다.

또 혹시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는 야생동물 출몰지역이나 다른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많은 곳은 피하도록 한다. 외출 후 돌아오면 반려견의 손발을 깨끗하게 잘 씻겨주고 예방접종이나 구충제 등 예방의학을 잘 진행하도록 한다. 일각에서는 사람·동물 간 감염 사례가 더 나오면 동물 학대나 유기가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걸린다는 것은 아직 일반화하기 어려운데 이를 핑계로 반려견을 버리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확산시킬 것을 우려하기보다는 확진자가 격리될 경우 키우던 동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격리에 따른 반려동물 처우 개선’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며 “코로나19로 격리됐을 때 적절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